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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플라이 백

플라이 백
  • 저자박창진
  • 출판사(주)메디치미디어
  • 출판년2019-02-13
  • 공급사(주)북큐브네트웍스 (2019-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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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구나 의지와 상관없이 항로를 벗어나게 되는 순간이 있다

    갑질의 시대, 나 자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을의 비행

    얼마 전, 한진그룹의 3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이 속한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논의가 시작된 것이다. 이는 2014년 땅콩회항으로 대한항공의 경영 방식과 총수 일가의 행태가 이슈화되고 이른바 ‘갑질’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이루어진 게 그 시작이었다. 이 책의 저자 박창진 사무장은 땅콩회항의 피해자로 이 모든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겪었다. 회사원으로 승승장구하던 시절부터, 사건 후 갑질로 인해 삶의 항로에서 이탈했음에도 이에 굴하지 않고 노동자의 인권 신장, 직원들의 연대 방안을 모색하기까지 그의 모든 행보가 담겨 있다. 이 책 《플라이 백》은 이로써 을이면서도 당당하게 살면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는 방안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땅콩회항부터 직원연대까지,

    박창진 사무장이 최초로 밝힌 4년 2개월의 기록

    을로서 존엄하고 당당하게 사는 법을 말하다!



    2014년 12월, 한 사건이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다. 뉴욕 JFK공항에서 당시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이 이미 출입문을 닫고 출발한 비행기를 되돌려 한 승무원을 내리게 한 것이다. 사건의 발단이 마카다미아라는 견과류의 서비스 문제였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를 두고 ‘땅콩회항’이라 불렀다. 이 사건은 고용자가 위계와 권력을 이용해 직원에게 불합리한 지시를 하고 폭력을 가한 것으로 대중의 분노를 자아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자가 신분, 지위, 직급, 위치 등을 이용해 상대방에게 육체적·정신적·언어적 폭력을 가하는 행위를 뜻하는 이른바 ‘갑질’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촉발되었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2018년 4월, 대한항공 회장 일가의 폭언 녹음 파일과 동영상 등이 공개되면서 갑질 논란은 다시 불이 붙었다. 이에 대한항공 직원들이 더는 참을 수 없다며 익명채팅방을 통해 회사의 비리와 전횡에 대한 제보를 쏟아냈으며, 이는 그들이 직접 광장에 나와 갑질 근절 및 대한항공 경영 정상화를 요구하는 시위와 새로운 노조의 설립으로 연결되었다.

    이 모든 일의 중심에 선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이 책 《플라이 백》의 저자 박창진 사무장이다.

    이 책 《플라이 백》은 땅콩회항 사건 이전 개인적인 삶에서 시작해 현재까지, 약 4년 2개월간의 일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이 책은 또한 한 개인이 타인의 폭력으로 어긋난 삶의 궤도를 스스로 바로잡아나가는 과정의 기록이기도 하다. 저자는 비록 타인이 자신의 삶을 망가뜨릴지라도 삶의 주인은 자기 자신이므로 이에 굴복하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회항’을 뜻하는 항공용어 ‘플라이 백(Fly Back)’에 빗대어 말한다. ‘플라이 백’은 본인이 겪은 땅콩회항 사건을 의미하는 동시에, 이에 굴하지 않고 헝클어진 삶을 바로세우고 자존감을 지키는 태도를 의미한다.

    이 책은 언론에 수없이 보도되었지만 단편적으로만 알려진 땅콩회항 사건의 원인과 이면, 결과에 대한 최초의 기록이다. 동시에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병폐를 돌아보게도 만든다. 비정상적인 갑을 관계에서 오는 권력의 불균형 문제, ‘피해자다운 피해자’가 되기를 강요하는 사회 풍토, 노동자의 인권과 개인의 존엄까지 오늘날 한국 사회에 울림이 될 만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우리는 물건이 아닌 사람입니다”

    무엇이 우리를 스스로 을이 되게 만드는가?

    개인으로서의 자존감과 존엄을 지키면서 주체적으로 사는 방법을 모색하다

    박창진 사무장은 1996년에 대한항공에 입사한 뒤로 VIP 담당 승무원직을 수행하고 회사 홍보 모델로도 활동하는 등 줄곧 능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땅콩회항 사건 이후 회사에게서 버림받으면서 자신도 남들처럼 그저 언제든지 대체 가능한 부속품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플라이 백》에서 저자는 사건 전후로 완전히 바뀌어버린 삶의 궤적을 되돌아본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폭력에 의해 언제든지 인생의 항로가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이제 절대로 타인이 자신의 삶을 함부로 하게 내버려두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땅콩회항 사건을 계기로 노동자이자 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찾게 된 것이다. 타인의 폭력으로 일시적으로 삶이 궤도에서 이탈하더라도 그것을 바로잡는 건 타인이 아닌 자기 자신이어야 하며, 그럴 수만 있다면 나약한 을일지라도 얼마든지 주체적이고 당당한 삶을 살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혹자는 내게 약자를 위한 보호막조차 없는 사회에서 왜 굳이 이 처절하고, 외롭고, 질 게 뻔한 싸움에 나섰냐고 묻는다. 내가 아무리 투사가 되어 사회를 변혁하자고 외친들 무엇이 바뀌고, 어떤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말이다. 그런 질문을 받으면 나는 그들에게 말한다. “적어도 나라는 한 사람은 바뀌었다”고. 또 다른 사람들은 다시 그날 그 순간 뉴욕공항의 비행기로 돌아간다 해도 똑같이 행동할 것이냐고 묻는다. 나는 또 그럴 것이라 답한다. 한 인간이 힘의 우위를 내세워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거나 강탈해선 안 된다는 신념이 생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내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이 가치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244쪽)



    “침묵을 깨고 양심의 목소리를 낸 이들은 무엇을 감당해야 하는가?”

    내부 고발자에 대한 편견 어린 시선과

    ‘피해자다움’을 강조하는 사회 풍토에 문제를 제기하다

    《플라이 백》은 침묵을 깨고 양심선언을 한 내부 고발자들이 마주해야 할 편견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이 책의 저자 박창진 사무장은 단지 진실을 은폐하고 자신에게 누명을 씌우려는 회사에 대항해 모든 걸 사실대로 이야기했을 뿐인데도 유무형의 탄압과 각종 음해를 받았다. 그는 이것이 개인보다 조직을 우선시하고 조직 내부의 치부를 드러내는 행위를 죄악시하는 편견 어린 시선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한 저자는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사회 풍토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피해자가 자신이 당한 일을 외부에 알리는 것은 모든 것을 잃을 각오를 해야 하는 일이며,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가해자에게 심적 부담감을 안겨주기 위한 최소한의 저항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피해자인 자신에게 왜 가해자의 사과를 받지 않았는지 따지고,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돈에 눈이 먼 파렴치한 사람이라고 비난한 이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서술한다. 이 책을 읽으며 독자는 양심선언을 한 내부 고발자가 오히려 궁지에 몰리고, 피해자임에도 숨죽이고 살아야 하는 현실이 과연 올바른 것인가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



    ◆ 책 속으로



    그동안 수많은 언론 매체에 인터뷰를 했지만 정작 내 목소리로 땅콩회항 당일의 일과 그 이후, 내가 싸우는 이유를 온전히 밝힌 적은 없었다. 이제 내 입으로 직접 말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회사 안에서 벌어지는 온갖 부조리와 불합리한 일들을 외면하고 살았던 20여 년은 대체로 회사에 인정받아온 세월이었다. 2014년의 그 일만 아니었다면 어쩌면 나는 지금도 여전히 그렇게 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비록 뼈아픈 경험을 통해 깨달은 사실이지만 이제라도 그런 의식적인 무관심이 나 자신을, 회사를 망가뜨렸다는 것을 잘 알기에 내 얘기를 제대로 하려면 내 직장 생활을 되돌아보는 게 순서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땅콩회항, 물컵 갑질 등 회장 일가의 만행이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것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왔던 일이라는 것도 입증될 것이다. (11~12쪽)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나는 그저 못 본 척 외면해왔던 것이다. 오래전, 격변의 봄을 지나면서 내 동기를 비롯한 직원들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조직에서 도려내는 걸 봤으면서도, 수많은 불합리한 처사를 두 눈으로 목격했으면서도 외면했을 뿐이다. 나름 회사에서 인정받고 있다고 여기고 절대로 내게는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눈과 귀를 닫고 살아왔다. 완전한 착각이었다. 회사는 나를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쓸모없어지면 언제든지 버릴 수 있는 물건으로 생각했을 뿐이다. 그렇게 신기루는 완전히 사라졌다. (84쪽)



    진실을 이야기하기로 마음먹고 방송에 출연했지만 당시 나는 매우 불안정한 상태였다. 방송을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그날 나는 기자의 질문에 감정이 복받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나 그때 내가 한 한마디는 확실하게 기억한다. 나는 “제 자존감을 위해 스스로 대한항공을 관두는 일은 없을 겁니다. 두려움도 없습니다. 진실을 이야기했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하는 다짐이었다. 그 무엇도 진실에는 저항할 수 없는 법이다. (112쪽)



    난 앞으로도 계속 싸울 생각이다. 여전히 모든 게 가해자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라도 더더욱 체념한 채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다. 앞서도 말했듯 피해자의 보상 요구는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로써 노동자의 인권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바라기 때문이기도 하다. 거창한 이념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사람과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상식적인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238쪽)



    그렇다면 왜 나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저항하고 있는가. 어쩌면 나도 안드로이드였을지 모른다. 의도치 않았지만 관습화된 복종에서 벗어난 순간부터 비로소 온전한 주체이자 개인이 된 것만 같다. 그렇기에 나는 이 싸움을 멈출 수 없다. 비록 나의 몸부림이 온전한 패배로 귀결될지라도 나로 인해 용기와 자유의 씨앗이 발현되고 사회를 바꿀 자그마한 계기라도 만들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건 지지 않을 용기다. (241쪽)



    종내에는 나의 존엄을 위한 투쟁이 누군가의 마음에 불씨를 일으켜 작은 울림을 만들어낼 수 있기를 희망한다. 비록 견고한 세상은 쉽사리 바뀌지 않겠지만 나와 같은 사람들의 외침이 계속해서 울려 퍼지다 보면 분명 다른 사람들의 가슴속에도 저마다의 존엄이 깨어날 것이다. 그리고 적어도 그 하나하나의 존엄이 깨어날 때마다 조금 더 나은 세상이 올 가능성이 커진다고 믿는다. 앞으로도 나는 내 존엄을 지키며 살아갈 것이다. (2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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