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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신뢰 이동

신뢰 이동
  • 저자레이첼 보츠먼
  • 출판사흐름출판
  • 출판년2019-04-12
  • 공급사(주)북큐브네트웍스 (2019-05-22)
  • 지원단말기PC/스마트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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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와이어드〉, 〈파이낸셜타임스〉 이달의 책

    ★ 800 CEO READ 베스트셀러 / 2018 비즈니스 북 어워드

    ★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강력 추천



    공유경제, 플랫폼 비즈니스, 블록체인… 세상의 변화를 통찰하는 열쇠 ‘신뢰’!

    지금 우리는 인류 역사상 세 번째로 중대한 신뢰 혁명의 출발점에 서 있다!



    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지역사회의 시대는 지나갔고 국가 시스템도 더는 믿을 수 없는 시대다. 인간 사회의 신뢰는 무너졌는가? 아니다. 이동했을 뿐이다. 언론과 기업, 전문가와 정부 등에 대한 신뢰는 익명의 사람들에게로 옮겨갔다. 이제 우리는 낯선 사람의 차에 올라타고 낯선 사람의 집에서 머물며 여행한다. 가상화폐를 사용하고 SNS 상의 말들을 믿는다. 신뢰 전환기에 들어선 것이다. 이런 변화를 바탕으로 알리바바, 에어비앤비, 우버 등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가 확장되었고, 새로운 사업 모델들이 생겨나고 있다.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가? 무엇이 이를 가능하게 만들었는가? 그리고 이 같은 시대에 우리는 누구를 믿어야 하는가? 《신뢰 이동》의 저자 레이첼 보츠먼은 전 세계의 최근 사례들을 통해 ‘인간 신뢰’의 달라진 양상을 ‘분산 신뢰’라고 말하며 이로 인해 우리의 선택과 행동 양식이 어떻게 달라졌는가를 살펴본다. 나아가 이러한 변화가 우리의 인간과계와 사업, 삶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심사숙고하도록 이끈다.

    새로운 시장과 네트워크를 가능하게 하는 신뢰 도약

    중국의 ‘관시’를 깨뜨린 ‘알리바바’



    “신뢰하세요. 저희를 신뢰하고 시장을 신뢰하고 청년들을 신뢰하세요. 새로운 기술을 신뢰하세요. 세계는 나날이 투명해지고 있습니다.” 2014년 9월, 알리바바의 기업 공개가 있던 날 마윈은 1분 동안 ‘신뢰’라는 말을 여러 번 반복했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관시, 다시 말해 ‘관계’에 기반을 둔 사회이다. 이런 중국 사회에서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는 신뢰 도약으로 중국의 ‘관시’를 깨뜨린 사례이다(본문 41쪽). 마윈이 처음 알리바바라는 새로운 사업을 구상했을 때, 당시 중국의 인터넷 이용자는 전체 인구의 1퍼센트도 되지 않았다. 전자상거래를 이용한 경험이 전무하고 온라인 결제 시스템도 없고, 심지어 배송 시스템도 없었다. 그는 이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신뢰 문제를 해결했을까?

    마윈은 기술을 활용해 온라인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에 신뢰를 구축해야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알리바바는 처음 3년 동안은 사람들이 서로가 가진 것이 무엇인지 정보만 주고받는 용도로 운영되었으나 2004년 온라인 결제 시스템 ‘알리페이’를 출시하면서 본격적 궤도에 올랐다. 또한 2011년 시작한 ‘트러스패스(공식업체라는 인증)’ 서비스를 시작함으로써 구매자들의 신뢰를 얻는 데 동력을 얻었다.

    신뢰 전문가이자 이 책의 저자인 레이첼 보츠먼은 ‘신뢰’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연결해주는 다리라고 정의한다. 모르는 것(미지의 대상)에 대한 불확실성을 없애주어야만 신뢰 도약이 이루어지고, 신뢰 도약이 이루어질 때 새로운 가능성이 창출되고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며, 새로운 시장과 네트워크가 가능해진다고 말한다. 저자는 알리바바가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에게 기술을 통해 어떻게 신뢰 도약을 이룰 수 있는지 보여준 훌륭한 사례라고 했다.



    무너진 제도적 신뢰, 세 번째 신뢰 혁명이 시작됐다



    레이첼 보츠먼은 《신뢰 이동》에서 인간 역사는 신뢰의 측면에서 세 부분으로 나뉜다고 설명한다. 모두 서로를 아는, 관계 기반의 소규모 지역 공동체에서 살던 ‘지역적 신뢰’ 시대이고, 두 번째는 계약과 법정, 상표 형태로 신뢰가 작동해서 산업사회로 발전 가능한 토대가 구축된 ‘제도적 신뢰’ 시대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세 번째, ‘분산적 신뢰’ 시대의 초기 단계를 지나고 있다. 앞서 설명한 알리바바의 사례는 ‘제도적 신뢰’에서 ‘분산적 신뢰’로 이동하는 하나의 예다. 알리바바 같은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넘어서 에어비앤비, 우버, 블라블라카 같은 공유경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물건을 판매하는 개별 판매자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이 같은 플랫폼을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시켜 나가는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디지털 암호화폐까지 등장했다. 제도적 신뢰 시대를 벗어나 분산적 신뢰 시대로 이동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사례는 수없이 많다.

    저자는 제도적 신뢰 시대로부터 분산적 시뢰 시대로 신뢰가 이동하고 있음을 여러 가지 사례를 통해 이야기한다. 미국에서 발각된 비윤리적인 의학 실험 터스커기 연구(본문 65쪽)와 역외 조세회피처 관련 유출자료인 파나마 페이퍼스 사건(본문 70쪽)이 대표적인 예다. 1972년, 미국공중위생국이 1932년부터 미국 앨라배마주 터스커기 카운티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600명을 대상으로 벌인 매독 실험이 알려졌을 때 사람들을 경악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기업, 정부, 종교단체, 각종 기관과 언론 등에 관련된 갖가지 스캔들과 폭로가 연이어 터져 나왔고, 2015년 폭로된 파나마 페이퍼스 사건으로 ‘모두 한배를 탔다’는 암묵적 인식이 와해됐다. 기관과 제도에 대한 신뢰는 무너져버렸고, 기술 발달과 함께 신뢰는 낯선 사람, 개인들에게로 이동하고 있다.

    이 같은 신뢰 이동으로 비즈니스를 비롯한 인간관계, 삶의 많은 것들이 급속하고도 다양하게 변모하고 있다. 저자는 이런 흐름 속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어떻게 실현되고 사람들의 신뢰를 얻어 성공하는지,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무엇인지 살펴본다. 또한 그 속에서 소비자로서 개인은 어떤 것들을 고민해야 하고 우리 삶은 어떻게 영향 받고 받을 것인지 함께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신뢰는 어???게 구축되는가?

    유럽의 카풀 서비스, 블라블라카



    저자는 유럽의 카풀 서비스인 ‘블라블라카(BlaBla Car)’를 예로 들어 신뢰가 어떻게 구축되는지 상세히 설명한다(본문 101쪽). 블라블라카는 장거리 여행을 전제로 한 차량 공유 서비스이다. 창업자인 프레데릭 마젤라가 처음 이 아이디어를 고안해낸 것은 2003년이었고, 그로부터 3년 후 공동창업자인 프란시스 나페즈와 함께 초기 모델을 만들었다. 이론상으로 성공할 것처럼 보였으나 운전자와 이용자가 직접 연락해서 서로 가격을 흥정하고 필요한 부분들을 조율해야 하는 초기 형태는 성공하지 못했다. 사람들이 새로운 형태의 여행을 받아들이는 데 필요한 신뢰 도약을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고, 회사도 낯선 사람들이 같은 차를 탈 때 고려되어야 할 신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이다.

    낯선 사람들이 같은 차를 타게 만드는 방법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을 신뢰하는 새로운 경험을 재창조하는 일이었다. 긴 어려움 끝에 전환점이 찾아온 것은 마젤라가 ‘벌금을 부과하지 않으면 이용자들이 예약했다 취소하는 문제가 자주 발생할 수 있음’을 인식하면서부터였다. 블라블라카는 황당할 정도로 단순한 해결책을 실행에 옮겼다. 2011년 온라인에서 선불로 결제해야 하는 기능을 도입한 것이다. 그 덕에 차에서 현금을 주고받는 어색한 상황이 사라졌고, 취소율은 35퍼센트에서 3퍼센트 미만으로 뚝 떨어졌다. 이것을 계기로 블라블라카는 본격적으로 도약했다. 사람들이 새로운 개념을 받아들이거나 서로를 믿어야 할 때 도중에 방해하거나 거래를 깰 수 있는 요인을 없앤 셈이다. 저자는 이를 ‘신뢰 더미 오르기’라고 설명한다(본문 108쪽).

    신뢰 더미는 우선 개념을 신뢰하고, 다음으로 회사를 신뢰하고, 마지막으로 다른 사람, 경우에 따라 기계나 로봇을 신뢰하는 방식으로 형성된다. 블라블라카의 경우 신뢰 더미를 오르는 첫 번째 단계는 차량 공유 개념이 안전하고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음은 플랫폼과 회사를 신뢰할 수 있어야 했다. 블라블라카도 이용자가 차량에 탑승하기 전에 회사가 문제 요소를 골라내고 문제가 생기면 고객을 도와줄 거라는 인식을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다양한 정보를 참조해서 상대가 믿을 만한 대상인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실제로 신뢰가 형성되는 마지막 단계다. 저자는 처음 신뢰 더미에 오를 때는 다소 낯설고 위험하게 느껴지지만, 새로운 개념이 익숙해지고 더 나아가 꼭 필요해 보이는 시점이 온다고 말한다. 그러면 신뢰 도약을 편안히 받아들일 수 있고, 한 번 도약하면 그 이후 행동은 순식간에 달라진다는 것이다.



    신뢰를 구축하는 세 가지 요인 :

    캘리포니아롤 원리, WIIFM 요인, 신뢰 인플루엔서



    저자는 나아가 새로운 개념(제품 혹은 서비스 등)에 대한 신뢰를 가능하게 해주는 세 가지 조건을 설명한다. 첫 번째는 캘리포니아롤 원리이다(본문 109쪽). 미국인에게는 낯선 초밥을 밥과 김의 위치를 바꾼 익숙한 형태로 만들자 수요가 폭발했던 사례를 바탕으로 한 ‘이상하지만 친숙하게’ 만드는 원리이다. 새로운 개념을 신뢰하려면 찾기 쉽고 건너기 쉬운 다리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에어비앤비’는 이를 실제로 실현해냈다. 낯선 사람의 집에서 잠을 자고, 낯선 사람을 자신의 집에 재우기 위해서는 엄청난 신뢰가 쌓이게 만들어야 했는데, 에어비앤비의 창업자는 이 플랫폼의 개념을 사람들에게 이해시키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이미 아는 것과 연관 짓는 것이라고 말했다. 에어비앤비의 홈페이지는 이 서비스가 무엇인지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이용자에게 어디로 가는지 묻고, 시험 삼아 자기 지역을 검색해보고, 익숙한 동네 모습을 보며 자신이 원하면 이런 곳에서 머물 수 있는 서비스라는 것을 이해하게끔 만든다.

    두 번째는 WIIFM 요인으로, ‘이것은 나한테 무엇이 좋은가(What's in it for me)?’이다(본문 117쪽). 저자는 사람들이 자율주행 개념을 신뢰하게 만드는 두 번째 원칙이 바로 이 WIIFM 요인이라고 말한다. 미국의 경우 매일 통근하는 사람들이 평균 52분 이상 교통체증에 갇혀 있고, 이는 미국에서만 모두 40억 시간 이상을 허비하는 셈이다. 자율주행차를 이용하면 이 같은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무엇보다 ‘안전’이라는 장점이 있었다. 여전히 많은 논란이 있지만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자동차 사고의 90퍼센트 이상이 인간의 실수 때문에 일어나고, 자율주행차는 21세기 중반까지 교통사고 사망률을 90퍼센트 줄일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테슬라의 실험 결과로도 인간 운전자보다 자율주행차가 안전하다. 저자는 이처럼 자율주행차의 예를 들어 새로운 개념을 선택할 때 결국 같은 질문이 제기된다고 말한다. 어떤 경험이 내 삶에서 가치를 창출할까, 그 가치를 얼마나 확신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마지막 요인은 ‘신뢰 인플루엔서’이다(본문 127쪽). 새로운 방식을 신뢰하게끔 만드는 의외의 사람들을 말한다. 자금 순환에 적합한 P2P 기술을 기반으로 설립된 ‘트래스퍼와이즈’가 그 예이다. 당신이 런던의 은행에서 파리의 은행으로 1천 파운드를 송금하고 싶다면 트랜스퍼와이즈에서 유로를 파운드로 바꾸고 싶은 사람을 찾아 맞바꾸면 된다. 결과적으로 돈은 국경을 넘지 않고, 은행을 통해 송금할 때보다 신속하고 용이하며 수수료는 저렴해진다. 트랜스퍼와이즈는 서비스를 시작할 당시 신뢰 인플루엔서가 될 만한 사람들을 찾았다. 이 업체는 자신들에게 맞는 신뢰 인플루엔서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트랜스퍼와이즈처럼 유명하지 않은 회사를 이용할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이라고 판단했다. 이들이 찾아낸 사람들은 스페인 같은 나라에 살면서 정기적으로 파운드를 유로로 송금 받는 은퇴한 영국인들 같은 연금 수급자였다. 다른 초기 이용자들은 연금 수급자들이 트랜스퍼와이즈를 좋게 평가한다는 이야기에 새로운 개념을 신뢰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트랜스퍼와이즈는 기업가치 11억 달러 이상으로 평가 받고 있고, 영국의 해외 송금시장에서 5퍼센트를 점유하고 있다.

    이 세 가지 요인은 결국 “그것은 무엇인가?” “내가 그것으로 무엇을 얻는가?” “또 누가 그것을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자 답이다. 이 세 가지 조건은 터무니없어 보이는 개념이 어떻게 이상하지만 친숙한 개념으로 바뀔 수 있는지 보여준다. 또한 새로운 개념에 대한 신뢰가 어떻게 확산될 수 있는지도 보여준다. 벤처기업이나 신제품 새로운 개념에 대한 신뢰를 구축할 때 이 세 가지는 필수적인 요인들이다.



    플랫폼과 이용자,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가

    그리고 평판이라는 요소



    과거와 달리 오늘날은 플랫폼이 직접 자산을 보유하거나 제공업체를 고용하지 않고도 유명 브랜드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더욱이 소셜미디어가 출현하고 소비자의 행동 양상은 급변했다. 동시에 책임의 문제도 복잡해졌다. 가령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하는 것이다. 저자는 2016년 우버 기사가 벌인 총격 사건(본문 137쪽)과 2011년 에어비앤비의 한 호스트가 샌프란시스코의 아파트를 빌려줬다가 집이 난장판이 된 사건(본문 156쪽)을 통해 신뢰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각 플랫폼이 보인 서로 다른 태도에 대해 살피며, 소비자인 개인과 플랫폼 모두 신뢰 문제와 책임에 대해 함께 고민해봐야 함을 이야기한다.

    또한 플랫폼의 신뢰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온라인 사회적 연결과 평판에 대해서도 ‘어번시터’라는 업체를 예로 들어 설명한다(본문 190쪽). 어번시터는 인터넷으로 가정과 베이비시터를 연결해주는 서비스인데, 이를 이용하려면 이용자는 구체적인 정보를 상세히 담아 프로필을 작성해야 한다. 가령 어떤 부모는 기르고 있는 미니 돼지에 관해 긴 설명을 해놓고, 어떤 베이비시터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격증을 열거하며, 이용자들은 자신의 온라인 프로필(페이스북, 링크드인, 트위터 등)을 공개한다. 이를 통해 양쪽 모두 주어진 상황을 파악할 수 있고, 먼저 예약한 페이스북 친구가 얼마나 되는지, 혹은 얼마나 많은 친구들이 그 베이비시터와 어떤 식으로 연결되어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미지의 정보가 감소한다. 뿐만 아니라 어번시터는 이베이처럼 평판 시스템을 이용하는데, 거래를 마칠 때마다 부모들이 베이비시터에 관한 평가와 평점을 올린다. 부모의 평가는 베이비시터의 예약률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평판은 플랫폼의 신뢰 형성에 중요한 요소이다. 저자는 특히 ‘다크넷’의 마약 거래 사이트조차 ‘평판’에 의해 평화롭게 운영된다는 사실을 살피며 ‘평판’ 시스템의 중요함을 강조한다(본문 215쪽). 나아가 평판이 상품이 아닌 사람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중국의 국가신용점수를 통해 알아보고(본문 241쪽), 국민의 사회생활과 도덕, 재정이력을 기록하는 이 같은 제도가 전면적으로 시행되면 어떻게 될지, 사생활과 언론의 자유가 얼마나 더 심각하게 침해당할지, 이런 제도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 누가 결정 하는가 등 우리에게 곧 닥칠 문제들임을 지적한다.



    블록체인은 과연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저자는 마지막 두 장에 걸쳐 국내에서도 광풍이 불었던 디지털 암호화페의 원리인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불록체인Ⅰ: 디지털 골드러시〉에서는 실물 화폐의 대안으로 등장한 디지털 암호화폐 비트코인이 거대한 사업 기회로 변모했다는 점에서 우리는 이 시스템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를 파고든다. 〈블록체인 Ⅱ: 진실 기계〉에서는 블록체인으로 각 개별 다이아몬드의 특성과 생산지, 거래 정보 등을 디지털로 인증하는 스타트업 ‘에버레저’를 예로 들어 블록체인 기술이 앞으로 디지털 암호화폐를 넘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본문 360쪽). 나아가 월스트리트의 여러 가지 사례를 통해 블록체인이 과연 대안이 될 수 있는지도 생각해고자 한다(본문 368쪽). 블록체인이 가지는 투명성이 거짓이 판치는 여러 산업에서 중요한 가치를 가지지만 아직은 그에 관한 여러 개념이 모호하고 위함하며 급진적이다. 저자는 다만 이 기술이 이제 시작되는 단계로, 시간이 좀 더 흐르면 인터넷처럼 당연한 것이 될 것이고, 그것이 우리의 소통 방식을 바꾸어 놓았듯이 블록체인은 가치를 교환하는 방식과 신뢰의 대상을 바꾸어 놓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 본문 발췌



    ∴ 신뢰는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연결해주는 다리다. 신뢰에 대한 내 정의는 단순하다. 신뢰는 미지의 대상과의 확실한 관계이다. 이런 관점으로 신뢰를 바라보기 시작하면, 신뢰가 구축된 상태에서 어떻게 취약성에 대처하거나 낯선 사람을 믿거나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 설명할 수 있다. 나아가 신뢰가 혁신이나 마윈 같은 사업가의 성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이유도 알 수 있다. - 47·48쪽



    ∴알리바바는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에게 기술을 통해 어떻게 신뢰 도약을 이룰 수 있는지 보여준 훌륭한 사례다. 신뢰 도약은 위험을 감수하고 근본적으로 새로운 방을 시도할 때 일어난다. 신뢰 도약을 이루면 새로운 가능성을 창출하고, 벽을 허물어 새로운 관계를 맺고, 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한 새로운 시장과 새로운 네트워크와 새로운 동맹의 가능성을 열 수 있다. 신뢰 도약은 또한 공포의 틈새, 다시 말해 우리와 미지의 대상 사이의 틈새를 메워준다. - 53·54쪽



    ∴ 파나마 페이퍼스로 시작된 대중의 환멸은 단지 돈 문제에만 국한 되지 않았다. 이는 공정성과 평등의 문제였다. 부자와 권력자와 엘리트 집단은 왜 규칙을 따르지 않았을까? 이 사건으로 사회적 계약이 무너졌다. 누구나 열심히 일하고 세금을 내는 등 ‘모두 한배를 탔다’ 는 암묵적인 인식이 와해된 것이다. (중략) 다양한 엘리트 집단에 대한 신뢰가 동시다발적으로 추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매우 중요하면서도 공통된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책임의 불평등, 격리된 반향실, 엘리트와 권위자의 쇠퇴기(디지털 시대는 계층 격차가 좁아지고 전문가와 부자와 권력자에 대한 신뢰가 하락한다)가 그것이다. - 76~80쪽



    ∴ 신뢰가 작동하는 방식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그 차이의 근간에는 사람들이 신뢰를 형성할 때 수반되는 공통된 행동 양식이 있는데, 이것을 ‘신뢰 더미 오르기’라고 부르겠다. 신뢰 더미는 우선 개념을 신뢰하고, 다음으로 회사를 신뢰하고, 마지막으로 다른 사람, 경우에 따라 기계나 로봇을 신뢰하는 방식으로 형성된다. 유럽의 차량 공유 서비스인 블라블라카를 예로 들어서 신뢰 더미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아보자. 첫 번째 단계에서는 차량 공유 개념이 안전하고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이해와 확신이 충분히 쌓이거나 불확실성이 감소해서 새로운 개념을 시도해보고 싶어야 한다. 다음으로 플랫폼과 회사를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블라블라카의 경우, 이용자가 차량에 탑승하기 전에 회사에서 나쁜 사과를 골라내고 문제가 생기면 고객을 도와줄 거라는 인식이 형성됐다. 세 번째 단계에 서는 다양한 정보를 참조해서 상대가 믿을 만한 대상인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실제로 신뢰가 형성되는 마지막 단계다. 하지만 앞의 두 단계를 거치지 않고 마지막 단계에 이를 순 없다. - 107·108쪽



    ∴ 캘리포니아롤은 새로운 것과 친숙한 것을 결합시켜서 ‘이상하지만 친숙하게’ 만드는 기본 원리를 따랐다. 바로 심리학자 로버트 B.자욘스가 ‘단순 노출 효과’ 혹은 ‘친숙성의 법칙’이라고 이름 붙인 현상이다. 인간은 본래 낯익은 사람이나 사물이 주위에 있을 때 편안해한다. (중략) 에어비앤비 사이트에는 ‘에어비앤비는 어떻게 운영될까요?’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없다. 실제로 어떤 회사의 홈페이지를 처음 방문하면 ‘회사 소개’나 ‘신뢰와 안전’ 같은 항목을 찾아보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항목은 대개 페이지 맨 아래 있다. 에어비앤비의 맨 앞 페이지 한가운데에 있어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 오는 항목은 방문자의 흥미를 부추기는 단순한 질문이다. “어디로 가십니까?” - 110~115쪽



    ∴ 에어비앤비 연구책임자인 앤틴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개념을 사람들에게 이해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사람들이 이미 아는 것과 연관시키는 것입니다. 우리 사이트에 처음 들어오는 사람은 대개 교육 자료 메뉴를 먼저 찾지 않습니다. 아니, 그런 자료는 거들떠보지도 않거나 전혀 관심이 없어요. 곧장 검색창으로 가서 자기가 사는 지역을 검색합니다. 잘 아는 곳이니까요. 그리고 검색한 결과 뜨는 지도를 보고는 ‘아, 아, 알겠다. 여기는 우리 집 근처네. 저기 강가에 있는 집이구나. 원하면 이런 데서 묵을 수 있겠군. 이제 감 잡았어, 아하’라고 생각합니다. 대개 이런 순서죠.” - 116쪽



    ∴ 인터넷으로 가정과 베이비시터를 연결해주는 업체 ‘어번시터’에 예약하러 들어가면 어떤 베이비시터를 먼저 예약한 페이스북 ‘친구’가 얼마나 되는지, 혹은 얼마나 많은 친구들이 그 베이비시터와 어떤 식으로 연결되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연결을 확인하면서 안심하고 자신 있게 결정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미지의 정보가 감소한다. 대중의 집단 지혜가 ‘친구들’의 지혜로 강화되는 것이다. - 192쪽



    ∴ 어번시터는 처음에 부모들 사이의 연결을 가장 중요한 사회적 연결이라고 잘못 전제했다. 사실 그보다는 베이비시터들 사이의 연결이 더 중요했다. “부모들은 갈수록 어번시터에서 베이비시터들의 연결에 가치를 두더군요. 마음에 드는 베이비시터의 친구들을 예약하고 싶어 했어요.” 생각해보면 이는 믿을 만한 사람을 추천해주는 일반적인 방식의 변형임을 알 수 있다. 만약 어떤 사업가가 나한테 믿을 만한 디자이너를 추천해달라고 부탁한다면 나는 오랫동안 나와 같이 일한 에이미 글로버스를 소개해줄 것이다. 그런데 그가 바빠서 그 사람의 일을 맡지 못한다면 그 사업가는 내게 다시 추천해달라고 부탁하기보다는 에이미에게 다른 디자이너를 추천해 달라고 부탁할 가능성이 높다. 비슷한 요구를 가진 집단(부모)보다는 전문성이 같은 집단(베이비시터)을 더 신뢰하는 것이다. - 194쪽



    ∴ 온라인으로 신뢰도를 증명하는 것도 수월해졌다. 에어비앤비에서 예약해본 적이 있다면 호스트가 얼마나 빨리 응답하는지에 따라 분류돼 있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내 응답률은 100퍼센트이지만 응답 시간은 24시간 이내다. 말하자면 나는 새 메시지에 모두 응답하지만 에어비앤비의 기준에서 응답 시간이 느린 편이다. 어번시터에서도 얼마나 빨리 응답하는지에 따라 베이비시터를 분류한다. 어번시터의 창립자 린 퍼킨스는 말했다. “급하게 사람을 구한다면 상대가 응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미리 알아두는 것이 좋겠죠. 좀 더 깊이 들어가보면 이는 다소 특이한 방식으로 신뢰를 드러내는 지표가 될 수 있어요. 아주 늦게 응답하는 사람이 과연 제시간에 나타날까요? 이 일에 진짜 관심이 있을까요?” 퍼킨스의 말이 옳다. 시간은 훌륭한 신뢰도 지표다. - 202쪽



    ∴ 2014년 6월 14일, 중국 국무원은 ‘사회신용제도 건설 계획’이라는, 제목부터 불길한 문건을 발표했다. 1 중국의 정책 문서답게 장황 하고 다소 딱딱하지만 급진적인 개념이 담겨 있었다. 당신이 어떤 국민인지 평가하는 국가신용점수가 있다면 어떻겠는가? (중략) 사회신용제도는 개인의 행동을 관찰만 하는 것이 아니다. 행동 그 자체에도 영향을 미친다. 시민들을 감시하면서 국가가 좋게 생각 하지 않는 물건을 구입하거나 국가가 원하지 않는 행동을 피하도록 ‘슬슬 몰아가는’ 것이다. - 245쪽



    ∴ 미국의 전 재무장관이자 하버드 대학교 교수인 래리 서머스는 비트코인이 ‘고객 알기’의 규칙도 없고 이전의 규칙도 없는 자유주의적 낙원을 만들 거라고 믿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그런 날은 오지 않는다. 비트코인이 우리를 구제할 거라고 기대한다면 틀렸다.” 그러나 블록체인 기술은 마찰을 줄이는데 중요한 기술일까? 하는 물음에는 “물론 그렇다”라고 답했다. 말하자면 디지털 화폐는 시작일 뿐이다. 진정한 혁신은 블록체인, 곧 근간에 존재하는 거대한 신뢰 구조에 있다. - 3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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