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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길 위의 인문학

길 위의 인문학
  • 저자구효서, 김도연, 박종기, 신창호, 이이화, 전우용,정민, 최석기, 한명기, 한승원, 함성호, 황병기
  • 출판사경향미디어
  • 출판년2011-04-20
  • 공급사OPMS 전자책 (2014-01-16)
  • 지원단말기PC/스마트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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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년 3월부터 인문학을 ‘일상생활 속에 심고, 대중과 인문학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취지로 시작된 ‘길 위의 인문학’은 인문학의 학문적 뼈대인 역사·문학·철학을 전공한 학자와 문인, 대중이 함께 매월 두 차례 우리 역사 속의 주요 인물들의 삶의 현장을 답사하고 서로 체험을 교감하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인문학 대중화 사업이었다. 이 책은 그동안 진행된 강의와 답사의 결과물이다.



    ‘노인(路人)’이라는 옛말이 있다. 그야말로 나와 관계없이 무심코 길 위를 스쳐지나가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 길은 사람을 소통시켜 주는 길이 아니라, 단순히 스쳐지나가는 의미 없는, 무관심과 무감동의 길인 통로에 불과하다. ‘노인’은 옛말이 아니라 지금도 살아 있는 말이다. ‘노인’은 지금 더 많이 존재할지 모른다. 바쁘고 쪼들린 일상생활, 그 속에서 일상화된 무관심과 무감동은 현대판 ‘노인’을 양산하고 있다.



    그러나 ‘길 위의 인문학’은 인문학자와 대중을 묶어주고, 이 땅 방방곡곡에서 인간의 향내를 피워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했던 수많은 선인을 되살려 현재의 인간과 묶어준다. 나아가 ‘길 위의 인문학’은 인간과 인간, 자연과 인간, 과거와 현재와의 교감을 활성화 해, ‘노인(路人)’을 해방시키고 그들 사이를 소통시켜주는 신선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필자는 역사학자로서 일찍부터 출판과 강의를 통해 역사의 대중화나 대중과의 소통에 관심을 가져왔다. 그런 관심이 ‘길 위의 인문학’ 기획과 운영위원의 한 사람으로 자연스럽게 참여하는 계기가 되었다. 실질과 효용, 물질과 문명의 가치를 우선시하는 이 시대의 조류 앞에서 인문학의 가능성과 실용성(대중성)이 무엇인지는 필자만이 아니라, 인문학자들의 지속된 관심사의 하나일 것이다.



    그동안 인문학이라는 속성 자체가 그렇듯이 현실보다는 이상, 외향보다는 내면을 강조하다 보니 사변적이고 엘리트 중심의 학문으로 머물면서 대중과 사회로부터 괴리되는 현실을 낳았다. 흔히 말하는 ‘인문학의 위기’는 외부보다는 이같이 인문학 자체의 속성과도 무관하지 않은, 내부의 문제에서 유래한 점이 없지 않다는 것이 필자의 진단이다. 따라서 외부가 아니라 내부로부터 위기를 해소하는 노력과 지혜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길 위의 인문학’은 내부로부터의 위기를 해소하려는 시도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재미와 유익’의 인문학

    인문학은 서구의 경우 인문주의에서 유래한다. 15, 16세기 무렵 중세의 교회 중심적 사고에 반발해 고대 그리스 로마 세계의 사상에 주목하면서, 인간성을 중시하고 문화적 교양의 발전을 위해 일어난 사조이다. 그리스 로마의 고전적인 저작에 주목하고, 이것을 번역하고 보급하는 데에서 인문학이 시작되었다. 동양의 경우 인문학은 인류사회의 문화, 인간의 도리와 질서, 예악(禮樂)의 가르침, 즉 공자나 맹자와 같은 성현의 저작을 읽고 탐구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동서양의 사정이 그렇다 보니 인문학은 일차적으로 주요 고전과 같은 텍스트를 분석, 비판하는 고단한 작업이 수행되었다. 이는 반드시 필요한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인문학 자체가 어렵고 딱딱한, 때로는 메마른 학문으로 대중들에게 비춰지는 하나의 원인이 되었다.



    그렇다면 대중들은 인문학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답사한 사람들은 ‘잘 몰랐던 선인들의 인간적 면모를 알게 되어 더욱 재미있고 유익하다’거나, ‘한 편의 영화에 출연하고 돌아온 느낌’, ‘살아 숨 쉬는 교육’, ‘드라마보다 더 생생한 우리 조상의 문화유산 현장을 확인하는 자리’라고 했다. 이러한 반응을 보면, 인문학을 통해 대중들이 얻을 수 있는 것이 삶의 ‘재미와 유익’으로 요약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문학이 고전의 해석과 재발견이라는 본질에도 충실해야겠지만, 인문학을 통해 ‘재미와 유익’을 찾으려는 대중들의 요구에 대해서도 인문학자들은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감동과 느낌’의 인문학

    오늘날의 인문학은 인간과 세상을 보는 가치관과 세계관을 확립하는 데 커다란 역할을 수행한다. 한편으로는 인간의 내면성을 강조하면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품위, 세속의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도덕성을 강조했다. 이는 주역에서 말하는 ‘인문을 살펴 천하를 교화해 풍속을 이루게 한다’는 동양적 인문학의 전통, 교화(敎化)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는 한편으로 사대부 군주 등 통치 엘리트들이 주체가 되어, 백성의 풍속을 바로 잡는다는 교화적이고 일방적 자세이며, 이는 ‘위로부터 주어진 인문학’을 뜻한다.



    그러나 우리 시대의 대중은 인문학을 통해 ‘감동과 느낌’을 중시하고 있다. 감동과 느낌이 있을 때만이 과거와 현재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성찰로 나아간다. ‘감동과 느낌’의 인문학은 일방적이고 교화적인 것이 아니라 쌍방향적이며, 가르치고 배우는 자가 서로 소통하는 친화적인 인문학이 되어야 가능하다.



    -‘여유와 관조’의 인문학

    현대 인문학은 문학·역사·철학을 중심으로 인간의 감성과 이성의 본질을 탐구하거나, 그로부터 이뤄진 인간세계를 분석해 미래의 보다 나은 새로운 삶을 추구함으로써 현재의 인간과 세계에 정신적인 풍요와 여유로움을 제공하는 학문 분야이다. ‘여유와 관조’는 그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무엇보다도 인문학자에게 요구되는 자세이자 덕목이다.



    퇴계 선생은 마음공부를 ‘함양(涵養)과 체찰(體察)’이라 했고, 남명 선생은 ‘안으로 밝히는 경(敬), 밖으로 끊어 자르는 의(義)’를 통해 산수와 인간세상을 보려 했다. 다산 선생은 ‘담백한 생각, 장중한 외모, 과묵한 말씀, 신중한 동작’의 네 가지 원칙 위에서 자신과 세상을 마주했다. 이러한 선인들의 자세는 ‘여유와 관조’에서 나온 것이며, 그것으로 인간 속세를 뛰어넘는 새로운 이상을 달관(達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 인문학자들은 이러한 기본 명제를 잠시 잊고, 지나치게 자기 만족과 자신의 학문세계 속에 안주하지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해 본다. 참된 인문학은 ‘여유와 관조’를 지닌 인문학자에게서만 나올 수 있으며, 그래야 ‘여유와 관조’를 통해 삶의 풍요를 느끼는 대중이 나타나고 그러한 사회가 형성될 수 있다.



    ‘길 위의 인문학’을 통해 대중들이 생각한 인문학은 인문학자들의 생각과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대중들은 좀 더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피부에 와 닿는 인문학을 요구한다. 문화유산과 역사 인물의 현장을 직접 보고 느끼고 체험하는 과정을 통해 인간과 인간, 자연과 인간, 과거와 현재가 서로 교감하고, 일상의 삶에서 ‘재미와 유익’, ‘감동과 느낌’, ‘여유와 관조’를 얻으려 한다. 인문학은 그러한 콘텐츠를 갖고 나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 인문학자는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그들과 소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와 세계의 환경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문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욕구도 달라지고 있으며, 인문학의 콘텐츠도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필자는 그 해답의 하나로 인문학에서 ‘재미와 유익’, ‘감동과 느낌’, ‘여유와 관조’를 아우르는 통찰의 인문학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 《길 위의 인문학》은 그런 점에서 통찰의 인문학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남은 문제는 이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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