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실업자의 터널을 지나온 나는,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번듯한 직장에 출근하게 되었다. 어김없이 새벽에 출근한 오늘, 나는 빈 사무실 안에서 흉한 몰골을 가진 노인의 환영과 마주하고, 1년여 전 자신을 실업자의 신세로 전락시켰던 ‘그 회사’를 회고한다. 풍력터빈을 제조하는 그 회사는 절친한 선배였던 오수경이 자살했고, 그 직후 우여곡절 끝에 입사한 회사였다.
회사에서 나는 오수경과 대립 관계에 있었던 직원들을 하나둘씩 알아가게 되고, 새로운 연쇄 살인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된다. 나는 제품기획, 개발 등 각 단계마다 부조리한 의사결정이 있었다는 사실과, 각각의 담당자들이 이솝우화의 형태로 처형되었음을 알게 되는데…….
■ 제4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우수상 수상 <이솝증후군>
2016년 가을, MBC <무한도전>은 기업 스릴러 코드를 차용한 <무한상사>를 통해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또한 기존의 메이저 영역에 있었던 스릴러가 각각 ‘시간 이동’, ‘오컬트’로 비주류로 여겨졌던 장르적 코드를 접목하여 흥행에 성공하였던 <시그널>, <곡성> 등, 최근의 영상화 트렌드는 익숙학과 익숙하지 않음을 조화롭게 엮는 서사물이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2017년, 또 다른 장르적 묘미를 갖춘 <이솝증후군>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이솝증후군>은 국내에서는 신선하게 다가올 ‘기업 스릴러’ 장르를 본격적으로 표방한 지적 스릴이 가득한 소설로, 지난 2016년 제4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한 풍력 에너지 회사에서 벌어지는 연쇄 살인과 각각의 내면에 있는 악의 평범성을 씨실과 날실로 삼음과 동시에, ‘이솝 우화’라는 독특한 컨텍스트를 소재로 독자들의 서스펜스와 감성을 동시에 충족해준다는 평가를 받았다.
■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우화와 함께 엮어지는 추리 스릴러
<이솝증후군>은 고대 그리스부터 내려온 ‘이솝우화’ 속 에피소드들을 통해서 때로는 의뭉스럽게, 때로는 긴박하게 이야기들을 풀어나간다. 단순한 교훈으로 집합된 책으로 여겨졌던 ‘이솝우화’가 살인과 배신이 휘감는 회사에서 마치 예견된 지옥도처럼 펼쳐질 때, <이솝증후군>은 지적인 추리를 겸비한 한국형 스릴러를 기대했던 독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것이다. 예컨대, ‘여우와 신포도’ 일화에서 느꼈던 어린 시절의 교훈과 동화적 메타포가, 풍력 발전 축하연에서 포도주처럼 진득한 피를 흘리며 죽은 ‘직장 상사‘의 모습으로 새롭게 해석되었을 때와 같이 독자들은 20~30년의 시차 속에서 잔혹 동화와 같은 매력을 머리 속에 새길 수 있을 것이다.
철저하게 현실 속으로 파고드는 한국의 직장 생활에 대한 디테일.
매 장을 넘길 때마다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독특한 모티브.
한국 추리 스릴러 소설의 새로운 장으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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