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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온 여름을 이 하루에

온 여름을 이 하루에
  • 저자레이 브래드버리
  • 출판사아작
  • 출판년2017-10-11
  • 공급사(주)북큐브네트웍스 (2017-11-09)
  • 지원단말기PC/스마트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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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손을 들어 화성을 가리키니

    너는 쓸쓸히 지구를 노래하라”

    전설로 전해오던 레이 브래드버리의 초기 단편집,

    30년 만의 복간 및 12편의 미수록작 국내 초역



    “차라리 밖에서 죽는 게 낫겠어요. 거긴 시원한 바람이 머리카락이라도 날려주겠죠.” 이름 모를 병을 앓는 소녀. 그녀의 가족은 거리의 뭇사람들에게 소녀의 병을 치유할 묘약을 묻고, 지나던 노파는 혀를 차며 말한다. “멜랑콜리의 묘약이 필요해….” 온갖 제안이 검은 바다처럼 들끓고, 마지막으로 얼굴이며 옷에 검댕이 잔뜩 묻었지만 미소만은 ‘어둠 속에서 작은 언월도처럼’ 빛나는 거리의 청소부가 찾아오는데….



    “화성의 사막에 앉아 지구를 바라본 시인”, 설명이 필요 없는 단편의 제왕이자 20세기 SF 문학의 거장, 《화씨 451》의 작가 레이 브래드버리. 국내 번역본 절판 후 전설로만 전해오던 레이 브래드버리의 초기 단편집 《멜랑콜리의 묘약》이 30년 만에 복간되었다. 당시 출간된 스무 작품 외에도, 《화성연대기》의 시작이 된 〈백만 년 동안의 소풍〉, 드라마 〈레이 브래드버리 극장〉의 화제작 〈비명 지르는 여자〉 등 낭만 가득한 미수록작 12편을 국내 처음으로 옮겨 실었다.





    “브래드버리의 작품은 앞으로도 계속 더 많은 세대를 격려할 것이다.””

    -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나의 SF 작품 활동 대부분에서 레이 브래드버리는 내 뮤즈였다.”

    -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감독



    “브래드버리가 없었다면 스티븐 킹도 없었다.”

    - 스티븐 킹, 작가





    나는 손을 들어 화성을 가리키니

    너는 쓸쓸히 지구를 노래하라



    “상상의 세계에서 그는 불멸이다”



    2012년 6월, 레이 브래드버리가 91세의 나이로 타계했을 때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백악관 명의의 추모성명을 발표했다. “레이 브래드버리는 상상력이 세계를 더욱 깊이 이해하고 변화하기 위한 수단이 되며 소중한 가치를 표현하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 브래드버리의 작품은 앞으로도 계속 더 많은 세대를 격려할 것이다.”

    “브래드버리가 없었다면 스티븐 킹도 없었다.”는 말로 브래드버리의 적자를 자처했던 스티븐 킹은 “나는 오늘 천둥 같은 거인의 발소리가 희미해지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그의 소설과 이야기들은 큰 울림과 기이한 아름다움으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라는 추도사를 남겼다.

    드라마 작가 데이먼 린델로프는 “화씨 451도, 내 심장이 재가 되어버린 온도. 당신이 그리울 겁니다, 레이.”라며 애도했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나의 SF 작품 활동 대부분에서 브래드버리는 내 뮤즈였다. SF, 판타지, 상상의 세계에서 그는 불멸이다.”라는 최고의 헌사를 남기기도 했다. 같은 해 8월 NASA는 화성 탐사로봇 큐리오시티가 처음 화성에 내려앉은 자리를 ‘브래드버리 착륙지’로 명명하며 뭉클한 방식으로 그를 기리기도 했다.

    명실상부한 단편의 제왕, 환상문학계의 음유시인, SF 문학의 위상을 주류 문학의 반열에 올린 거장, 서정적 과학소설의 개척자 등 레이 브래드버리를 향한 수사는 그의 이력만큼이나 화려하다. 장르소설 작가로는 최초로 2000년 전미도서재단 평생공로상을 받았고, 미국예술훈장, 프랑스문화훈장, 퓰리처 특별 표창상을 받는 등 수상 이력 또한 가히 전설적이다. 1989년 SF 장르에서의 업적과 공로를 기려 ‘그랜드마스터’로도 추대되며 명인의 반열에 올랐다.



    이토록 전설의 반열에 올라 있는 그지만, 더욱 ‘인간적’인 이면의 에피소드도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늘 우주여행을 꿈꾸었지만, 어린 시절 우연히 목격한 끔찍한 자동차 사고에 대한 트라우마로 평생 운전을 하지 않았다. ‘로켓맨’이라는 용어의 창시자이면서도 비행기를 타지 않고 기차여행으로 대륙을 횡단했다. 〈레이 브래드버리 극장〉이라는 TV 프로그램 제작으로 대중적 인기와 함께 각종 미디어 관련 상도 거머쥐었으면서 기회만 닿으면 텔레비전을 비판했다. 많은 작품 안에서 블루투스, 평면 TV, 무인자동차, 현금자동인출기, 인공지능, 전자책, 전자감시카메라 등을 예언했으면서도, 정작 본인은 컴퓨터를 싫어해 늘 타자기로 글을 썼다. 고양이를 사랑해 아내 매기와 함께 LA 자택에서 많을 때는 22마리까지 고양이를 길렀으며, 특별히 사랑한 고양이는 그가 글을 쓸 때면 책상 위로 올라와 문진 노릇을 자처했다. 단 이틀 만에 소설집 두 권을 뚝딱 엮어내고 평생 600편에 가까운 단편을 쓰는 등 번득이는 천재성을 자랑하는 이면에는 신문을 팔아 생계를 꾸리면서도 꼬박 10년 동안 일주일에 사흘을 공공도서관에 가 빌린 타자기로 글을 쓰며 보낸 지난한 습작기가 존재한다.

    이렇듯 레이 브래드버리는 전설적인 거장의 면모와 어딘가 허술한 ‘인간적인’ 면모를 동시에 갖추고, SF와 판타지, 공포물, 서정문학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특유의 시적인 문장으로 벼락 치듯 쏟아지는 영감과 상상력에 충실하게 글을 누벼냈던 ‘하이브리드’ 작가다. 그러므로 그를 장르 문학 계보의 어디쯤 위치시킬 것인가 골몰하는 일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그는 레이 브래드버리요, 레이 브래드버리는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버렸으므로. 1959년 이 고유한 레이 브래드버리 상표를 깔끔하게 붙인 기묘하고 아름다운 선물 상자 하나가 독자들 앞에 선을 보였으니, 바로 《멜랑콜리의 묘약》이다.





    화성의 쓸쓸한 여행자들



    〈백만 년 동안의 소풍〉과 〈검은 얼굴, 금빛 눈동자〉에 등장하는 가족은 전쟁으로 황폐해진 지구를 떠나 화성으로 이주한다. 이들은 지구에서 찾지 못한 ‘논리와 상식, 훌륭한 정부, 평화, 책임감을 찾고자’ 화성까지 왔지만, 이곳엔 보랏빛 운하와 분홍색 바위, 하얀 사막, 푸른 사막, 폐허가 되어버린 도시의 흔적뿐 화성인은 보이지 않는다. 얼마 후 지구에서 가져와 심은 장미꽃은 초록색으로 변해버리고 잔디는 제비꽃 색깔로 변한다. 가족의 아이들은 들어본 적도 없는 화성의 말을 하고 피부색도 눈빛도 서서히 원래 모습과 달라진다.



    거기 운하의 물에 화성인들이 비쳤다. 티모시와 마이클과 로버트와 엄마와 아빠가.

    화성인들이 가족을 빤히 올려다보았다. 출렁이는 물결 속에서 아주 오랫동안 고요하게….



    거울 같은 강물에서 자신과 똑같은 화성인을 발견한 지구인은 결국 화성에서 그토록 갈망하던 평화와 고요를 찾았을까? 두 작품 모두 40년대 후반에 발표된 것으로 미루어 우리는 2차 세계대전의 광풍을 목격한 브래드버리가 평화 회복을 위해 지구인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이었는지 짐작해볼 수 있다.





    젊음, 봄날 얼음처럼 덧없어라



    브래드버리의 소설을 읽다 보면 한없이 쓸쓸해진다. 그 근원에는 하릴없이 시간의 흐름을 견뎌야 하는 인간 됨의 쓸쓸함이 존재한다. 〈길 떠날 시간〉의 남편은 죽을 때가 다가왔다는 대자연의 속삭임을 듣고 단출한 짐을 꾸려 집을 떠나려 한다. 미개인들처럼 재산을 모두 친구들에게 나눠주고 카누를 타고 석양을 향해 노를 저어 갔다가 영영 돌아오지 않는 게 그의 목표다. 〈영원히 비가 내린 날〉의 세 노인은 바싹 마른 사막의 호텔에서 21년을 장기투숙하며 일 년에 단 하루 봇물 터지듯 비가 내리는 날만을 기다린다. 〈사르사 뿌리 음료수 냄새〉의 남편은 온종일 다락방에 처박혀 아름다웠던 젊은 날을 추억한다. ‘수천 날의 어제가 안치된 작은 관’이기도 한 다락방은 겨울을 나는 노인에게 젊은 날의 여름으로 시간여행을 허락한다. 〈석양의 바닷가〉의 두 중년 남자는 아름다운 인어를 목격하는 찰나의 기적을 경험하지만, 내일도 모레도 그 다음 날도 늘 바닷가에 머무르며 늙어갈 운명을 예감한다. 〈마지막 전차 여행〉의 차장 트리든 씨는 내일이면 운행이 중단될 전차에 아이들을 태우고 과거의 흥겨운 기억을 간직한 유원지로 마지막 전차 여행을 떠난다. 〈보이지 않는 소년〉의 노파는 외로움을 달래려고 찰리를 아들로 삼고자 고군분투하지만, 소년은 노파의 마음에 못을 박고 떠난다.



    “나는 봄날 얼음처럼 덧없고 아무 힘도 없단다.”



    노파의 한마디는 늙음에 대해 브래드버리가 하고 싶었던 말의 전부일 것이다. 〈어서 와, 잘 가〉의 윌리는 40년이 넘도록 열두 살 소년의 모습으로 살아가며 사람들의 의심과 수군거림을 피해 3년에 한 번씩 거처를 옮겨야 하는 가엾은 운명에 처했다. 윌리를 떠나보내야 하는 양어머니의 입을 빌려 브래드버리는 젊음을 향해 이렇게 묻는다.



    “나는 매일 학교가 파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좋더라. 누가 학교 정문 밖으로 꽃다발을 던지는 것 같아. 어떤 느낌이니, 윌리? 영원히 젊다는 건 어떤 느낌이야? 화폐 주조소에서 갓 찍어낸 반짝거리는 은화처럼 보이는 건 어떤 기분이니? 행복하니?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괜찮은 거니?”



    브래드버리의 젊음은 늙음의 대척점이 아니라 늙음의 전신이고, 젊음은 늙음의 운명을 내포한다. 그러므로 봄날 얼음처럼 덧없는 것은 어쩌면 늙음이 아니라 젊음일지도.





    사랑과 미소라는 묘약



    표제작 〈멜랑콜리의 묘약〉의 소녀는 이름 모를 병을 앓는다. 가족은 거리의 뭇사람들에게 소녀의 병을 치유할 묘약을 묻는다. 온갖 제안이 쏟아지고 맨 마지막에 거리의 청소부가 찾아온다. 얼굴이며 옷에 검댕이 잔뜩 묻었지만 미소만은 ‘햇살처럼 따사롭게’ 또 ‘어둠 속에서 작은 언월도처럼’ 반짝인다. 자정이 지나 런던이 잠들고 달이 뜬 시간에 류트를 연주하며 찾아온 음유시인도 청소부와 똑같이 ‘미소를 지으면 상아같이 하얀 이가’ 드러난다.

    〈멋진 바닐라 아이스크림색 양복〉의 가난한 멕시코계 미국인 청년 여섯 명은 돈을 모아 멋진 여름 양복을 한 벌 사서 번갈아 입기로 한다. 초라했던 청년들은 그 양복만 입으면 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는 기적을 경험한다. 주인공 마르티네즈는 그 양복을 입고 평소 마음에 두었던 아름다운 아가씨와 눈이 마주친다. 조심스럽게 데이트 신청을 하면서 다음 양복을 입을 차례까지 기다려 달라고 말하는 마르티네즈에게 아가씨는 이렇게 대답한다.



    “처음에는 양복이 눈에 띄었어요. 그래요. 저 아래 어두운 밤을 새하얀 색이 가득 채웠죠. 그렇지만 당신 치아가 훨씬 더 하얗게 보여서 양복은 까맣게 잊고 말았답니다. (…) 다시 말하지만, 당신은 그 양복을 입을 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돼요.”



    아예 〈미소〉라는 제목의 이야기도 있다. 전쟁으로 모든 게 무너진 세상에서 문명 자체를 혐오하는 사람들이 문명시대의 예술작품을 향해 돌을 던지고 침을 뱉는다. 주인공 소년은 난장판 속에서 겨우 그림 한 조각을 구해낸다. 소년이 손에 꼭 쥔 캔버스 조각에는 사랑스럽고 다정하고 따뜻한 미소가 그려져 있다. 디스토피아의 세계에서 가난한 소년에게 한 줌의 위안을 안겨준 그 미소의 주인이 누구인지 확인해 보시길.

    이렇듯 브래드버리는 미소의 힘을 믿는다. 이름 모를 병을 앓는 소녀에게도, 초라한 청춘에게도, 전쟁으로 무너진 폐허의 세계에도, 미소와 사랑이 묘약이다.





    감각은 비처럼 쏟아지고



    〈온 여름을 이 하루에〉는 하염없이 비가 내리는 금성이 배경이다. 오늘은 7년 만에 태양이 딱 한 시간 고개를 내미는 날. 금성에서 태어나 태양을 본 적이 없는 아이들은 꿈속에서 황금색이나 노란색 크레파스 혹은 커다란 금화를 떠올리고 온몸을 벌겋게 달아오르게 하는 태양의 온도까지 기억한다고 믿지만 단조로운 빗소리에 잠에서 깨어나면 간밤의 꿈은 간데없이 사라지고 만다. 이 아름다운 단편에서 브래드버리는 비 내리는 금성과 딱 한 시간 고개를 내민 붉은 태양과 7년 만에 햇빛을 받아 술렁이는 금성의 숲을 묘사하기 위해 온갖 감각적 이미지를 끌어온다.



    오늘 아침 아내는 싸늘하게 식은 우유 같았다. - 〈결혼생활을 고쳐 드립니다〉

    오전 6시, 지구 로켓이 가져다주는 아침신문은 갓 구운 토스트처럼 따뜻했다. - 〈검은 얼굴, 금빛 눈동자〉

    서랍장 거울에 6월의 민들레와 7월의 사과와 따뜻한 여름 아침의 우유로 빚어진 얼굴이 보였다. - 〈어서 와, 잘 가〉



    이렇듯 브래드버리의 문장은 눈만이 아닌 오감으로 읽는다. 문장과 문장 사이에 감각이 비처럼 쏟아진다. 감각적 묘사의 압권은 행간을 화폭 삼아 피카소의 그림을 화려하게 펼쳐 보인 〈어느 잔잔한 날에〉와 바닷가에 떠내려온 인어의 모습을 기묘하고도 아름다운 세밀화로 그려낸 〈철 지난 바닷가〉일 것이다. 언어의 붓으로 그려낸 환상적인 그림들을 다시 한 번 훑어보시길.



    레이 브래드버리 표 선물 상자를 풀고 31편의 단편을 꺼내 손끝으로 줄거리를 더듬고 혀끝으로 문장을 맛보고 귀 기울여 행간을 엿듣다 보면 어느새 브래드버리가 뿌리는 소나기에 흠뻑 젖어 자꾸만 밤하늘의 화성을 바라보게 된다. 그가 그토록 가고 싶어 했던 붉은 행성을. (한때 그는 자신의 유해가 토마토 수프 깡통에 담겨 화성에 묻히기를 소망했다.) 그러나 눈을 감고 모든 이야기를 천천히 되감아 보면 불현듯 깨달아진다. 손을 들어 저 멀리 화성을 가리켰던 브래드버리는 사실 이 쓸쓸한 지구와 못난 지구인을 퍽 깊이 사랑했음을.



    - 이주혜,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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