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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풀이 눕는다 (개정판)

풀이 눕는다 (개정판)
  • 저자김사과
  • 출판사문학동네
  • 출판년2017-08-31
  • 공급사(주)북큐브네트웍스 (2017-11-09)
  • 지원단말기PC/스마트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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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것은 쓰레기 같은 삶인가, 우리가 차마 꿈꾸지 못한 낭만인가?



    김사과의 두번째 장편소설 『풀이 눕는다』가 8년 만에 개정판으로 재출간된다. 자본에 짓눌린 세계에 의해 재단되기를 거부한 젊은 예술가들의 일탈과 사랑을 그린 이 작품은 누군가에게는 "루저"나 "인간쓰레기"로 보일지도 모를 삶이 당사자들에게는 얼마나 빛나는 순간일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드러내 보였다.





    이것은 쓰레기 같은 삶인가,

    우리가 차마 꿈꾸지 못한 낭만인가?



    김사과의 두번째 장편소설 『풀이 눕는다』가 8년 만에 개정판으로 재출간된다. 자본에 짓눌린 세계에 의해 재단되기를 거부한 젊은 예술가들의 일탈과 사랑을 그린 이 작품은 누군가에게는 ‘루저’나 ‘인간쓰레기’로 보일지도 모를 삶이 당사자들에게는 얼마나 빛나는 순간일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드러내 보였다. 등단 이래 문학적 관습을 파괴하는 실험적인 작품으로 평단과 독자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던 김사과는 이 소설을 통해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믿음직한 작가임을 인정받게 되었다.



    독자들의 폭넓은 지지와 오랜 기다림을 등에 업고 이루어진 이 개정판 출간을 위해 김사과 스스로 작품 전반을 개고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 결과 문장의 흐름과 장면 전환이 더욱 매끄러워졌으며, 독자들의 마음에 큰 울림을 남겼던 명장면들의 짜임새 또한 한층 세련되어졌다. 김사과를 사랑하는 독자로서 이전 판과 달라진 점들을 찾아 읽는 즐거움이 상당한 이유다. 그러나 자본주의사회에 대한 김사과의 날카로운 진단과 냉철한 전망은 작품 저변에 건재하다. 한 발짝 더 나아가 세상을 보는 김사과만의 남다른 시각은 짧지 않은 시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우리의 감탄을 자아낸다.





    끝없이 이어지는 지금 이 순간만을 바라보겠다는 약속,

    그게 바로 사랑이다



    어디에도, 무엇에도, 누구에게도 적응하지 못한 “실패한 소설가”인 ‘나’는 하루종일 내키는 대로 거리를 걸을 뿐이다. ‘나’는 부자 여동생에게 빌붙어 어울리지 않게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는 가족과 부대끼며 사는 것이 괴롭다. ‘나’는 돈을 벌 능력이 없고, 그러려고 노력하면 죽을 것만 같은 ‘인간쓰레기’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결국 아무것도 써내지 못할 거라는 절망 속에서 길을 걷던 어느 날, 모든 것을 포기한 순간 한 남자의 뒷모습이 ‘나’의 눈에 들어온다. 굽은 채 천천히 흔들리는 그의 등은 ‘나’에게 이상한 슬픔을 불러일으킨다.



    그가 멀어져가고 있었다. 난 멍하니 선 채 꿈의 한 조각이 사라지는 장면을 바라보았다. (…) 우리의 삶이 겹쳐졌던 유일한 조각이, 이렇게 쉽게 사라져버리다니. 그런 일은 흔히 벌어지는 일이 아니란 걸 나는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난 그 조각을 움켜잡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그 전에, 손을 뻗어야 한다. 그 조각에 찔려 상처를 입게 되더라도. 그건 나중의 일이었다. 중요한 건 지금이다. 이, 순간. 닿을 수 있는 거리에서 그가 나를 부르고 있다는 것. 그것뿐이었다.(25쪽)



    그렇게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진다. ‘나’는 남자를 ‘풀’이라고 부르기로 마음먹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그가 풀을 좋아하고, 그를 그렇게 부르는 것이 ‘나’의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두 사람은 ‘풀’의 자취방에서 함께 살며 음악을 듣고,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린다. 그들은 일을 해서 돈을 버는 대신 열렬히 서로를 사랑하는 데 시간을 쓰기로 한다. ‘나’에게 ‘안정된 삶’은 사랑의 반대말이다. 사랑은 책임이 아닌 살아 있다는 것을 뜻하고, 살아 있다는 것은 과거와 미래가 아닌 이 순간만을 바라본다는 뜻이므로. 또한 그들은 기성 사회로부터 예술성을 인정받기 위해 누군가의 입맛에 맞는 예술을 하길 원하지 않는다. 어쩌다 ‘나’가 문학상 시상식에 초대받거나 ‘풀’의 그림이 전시된 갤러리를 방문하게 되어도 그들은 그곳의 질서를 거부하고 기어이 레지스탕스로 돌변하여 난동을 부린다. 이렇게 자본주의의 가치를 철저히 배격하는 삶을 사는 그들이기에, 세상이 알아봐주지 않았던 서로의 예술에 내재된 가치를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돈은 어디에서든지 구할 수 있는 거잖아. 돈은 내 동생한테도 많아. 엄마 아빠한테도 있어. 네 작은아버지한테도 많겠지. 하지만 사랑은 여기밖에 없어(난 내 가슴을 가리켰다). 돈은 똑같지. 누구한테나 완전히. 하지만 사랑은 유일해. 우리는 돈보다 훨씬 더 굉장한 걸 가지고 있어. 돈은 아무한테서나 뜯어내면 돼. 죄책감 가질 필요 없어. 돈이라는 건 사실 은행에서 아무렇게나 찍어내는 종이 쪼가리일 뿐이잖아? 왜 그딴 것을 얻으려고 힘들게 일하고 시간을 빼앗겨야 해? 어차피 돈이란 건 있는 사람에겐 영원히 있고 없는 사람에겐 영원히 없는 거야. 그러니까 있는 사람들한테 뜯어내면 되는 거야. 어차피 너무 많아서 다 쓰고 죽지도 못할 텐데.(55쪽)



    그러나 그들의 사랑은 현실을 살아가기에는 너무 낭만적이고, 살아가기를 포기하지 않는 한 아무리 몸부림쳐도 발붙이고 있는 현실을 벗어날 수 없다. 수중의 돈이 떨어지고 생활고가 현실로 육박해오는 순간, 두 사람의 관계는 숙명처럼 삐걱거리기 시작하는데……





    “너는 파괴당할 거야. 짓밟힐 거야. 너는 절대로 못 이겨.

    그러니까, 너는 절대로 지면 안 돼.”



    예술을 잠식한 자본주의적 사고에서 탈피한 순수한 눈으로 서로의 재능을 알아본 ‘나’와 ‘풀’. 돈을 버느니 “사랑 안에서 굶어 죽겠다”고 당차게 선언한 이들의 사랑이 견고한 현실 앞에서 무너져가는 과정은 우리에게 절망감만을 안겨주지는 않는다. 이 비주류의 인간들은 닥쳐올 파국을 예견하고서도 스스로 “삶을 불확실성 속으로 완전히 밀어넣”으려 발버둥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너는 저게 싫어. 전혀 원하지 않아. 하지만 이미 너도 우리들 중의 하나야. 그건 너나 내가 정하는 게 아냐. 그냥 이렇게 되어버린 거야. 니가 아무리 아니라고 주장해도 소용없어. 세상은 이따위로 생겨먹었어. 세상은 너 혼자 아름답게 살도록 내버려두지 않아. 그렇게 되면 자기들이 무너져내리고 마니까. 그러니까 막으려고 들 거야. 무슨 짓을 해서라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네가 저것들을 사랑하게 만들려고 할 거야.(148쪽)



    살아남기 위해 이 세계를 지속시키는 부속품으로서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아이러니에 익숙해진 우리가 보기에 이들의 추락은 오히려 고결하다. 우리와 똑같은 두려움을 안은 채로 세상의 질서를 거스르려는 강단, 문제는 패배주의에 물든 젊은이들이 아니라 그들을 낙담시킨 사회구조에 있다는 당당한 항변. 이로써 자신이 속한 세계를 용감하게 거부해버리는 이 인물들은 여전히 빛나는 젊음을 자랑하며 소설 속에 아름답게 살아 숨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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